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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의 정신의 핵심을 찾아야
박정하 조회수:234 222.232.182.33
2021-07-06 15:49:56

효(孝)의 정신의 핵심을 찾아야

글; 김상환(서울대 철학과 교수)

-열린연단, 문화의 안과 밖에서 가져옴-

현대사회는 점점 더 가부장 중심의 성격을 잃어가고 있다. 과거처럼 효(孝)를 긍정적인 질서의 근간으로 인정할 수도 없는 세상이다. 그러나 세상이 어떻게 변하든 효는 여전히 우리의 사적인 삶을 따뜻하게 만들어 주는 미풍양속임에는 틀림없다. 우리는 그런 효의 정신에서 더 많은 것을 길어 올릴 수 없는 것인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특히 현대문명 속에서 개인이 겪어야 할 병을 생각하면 효의 정신에 담긴 공경(恭敬)의 이념은 폐기의 대상이 아니라 차라리 나라를 살릴 수 있는 소중한 문화적 유산으로 계승되어야 한다.

과거의 인간은 일정한 집단에 소속되어 그 집단의 규범을 내면화하는 가운데 자신의 정체성이나 실체적 안정성을 획득했다. 반면 오늘의 인간은 자신이 항구적으로 속할 수 있는 장소를 잃어버리기 시작했다.

추상적인 규칙이 지배하는 사회전체는 갈등과 폭력이 난무하는 정글로 변해가고 있는데, 그런 험한 사회로부터 개인을 보호하고 일정한 형태 안에서 양육해 주던 소위 공동체나 제도적 울타리가 해체되고 있다.

개인에게 항구적인 보호막 같이 여겨지던 단체나 조직, 심지어 제도마저 단기적인 목적을 위해 생겨났다. 금방 사라지는 임시방편으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다.

오늘날 목도되고 있는 가족해체나 비정규직 노동자의 증가는 이런 보편적경향이 현실화되는 여러 사례들 중 하나에 불과하다.

이런 시대에 개인과 개인은 타인과 무관히 새롭게 관계하거나 소통할 수있게 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무한히 상호 분리되어 고립의 상태에 빠지고 있다. 과거에는 가족, 학교, 직장 등과 같은 중간단위의 공동체에서 해결해 주던 문제를 개인이 혼자서 해결해야 한다. 고독한 개인은 쉽사리 쾌락주의에 빠지게 되고 무한히 허락된 자율적 내면성은 방임과 자폐를 거듭하여 우울증에 노출된다. 도시의 정글에 내던져진 개인 타인에 대한 신뢰보다는 분노에 익숙해진다. 평회는 조화에서 온다는 믿음 대신 소송과 논쟁에서 온다는 믿음이 찾아온다.

이런 것이 장소의 상실로 집약되는 현대적 인간의 운명이자 그가 겪어야 할 병이다. 이런 병은 세계화나 정보화로 집약되는 문명적 흐름 속에서 야기되는 구조적 원인에서 비롯되는 것이지만, 이런 시대일수록 개인은 건강한 주체화의 형식이나 내면성의 형식을 되찾아야 한다. 그러나 멀리까지 가서 찾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 우리의 다행이라면 다행일 것이다. 이 땅을 오래도록 지배하던 효의 정신의 껍질을 벗기고 그 핵심을 찾는다면 우리나라 사람에게는 이미 널리 퍼져있고 친숙한, 그래서 누구나 쉽사리 효과를 볼 수있는 해답이 숨어 있을 것이라 장담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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