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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흑의 인간
jhp1677 조회수:24 223.131.18.213
2021-10-09 11:11:54

후흑(厚黑)의 인간

                                                                            박 정 하

사마천(司馬遷)의 사기(史記)에는 무려 3천 년의 중국 역사가 담겨 있습니다.

여기에는 온갖 인간 군상의 기쁨과 슬픔, 고통과 쾌락, 관계와 사건 등 그야말로 인간사 모든 양상과 법칙이 아로새겨져 있습니다.

사마천이 오나라 왕 합려와 초나라 평왕의 사례를 통해 세상에 전달하려고 했던 메시지는 권력은 ‘음흉함’, 그리고 ‘뻔뻔함’과 상당히 밀접한 관계에 있다는 비판일 것입니다.

자기 얼굴빛을 꾸미고 속셈을 감쪽같이 감추는 음흉함으로 13년간 본심을 감추고 왕위를 빼앗은 이가 오나라 왕 합려 입니다. 뻔뻔함과 거짓말로 점철된 삶을 살았던 이는 초나라 평왕 입니다.

권력을 얻거나 지키는 데는 음흉하면 음흉할수록 뻔뻔하면 뻔뻔할수록 유리하다는 것이 사마천이 본 정치와 권력의 세계입니다.

흥미롭게도 20세기에 들어와 사마천이 〈史記〉를 통해 말해준 음흉함과 뻔뻔함의 기술을 정치와 권력의 본성으로 파악해 하나의 개념으로 만든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후흑(厚黑)이라는 개념을 만든 중국의 사상가 리쭝우(李宗吾)입니다

후흑(厚黑)은 두꺼운 얼굴을 뜻하는 면후(面厚)와 시커먼 속셈을 뜻하는 심흑(心黑)을 합친 말입니다. 면후는 뻔뻔함에 가깝다면 심흑은 음흉함이리고 하겠습니다. 리쭝우는 면후와 심흑이라는 개념을 통해 중국 역사를 살펴본 다음, 역사상 승리한 정치가는 모두 후흑의 달인이었다고 평했습니다.

다시 말해 면후와 심흑은 권력의 본성이기에 정치적으로 승리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뻔뻔하고 음흉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또한 면후와 심흑이라는 개념은 권력투쟁에서 승리하는 기술과 방법이기도 하지만, 반면에 그 민낯을 가장 적나라하게 폭로하고 신랄하게 비판하는 개념이도합니다. 실제로 그런 뻔뻔함으로 권력을 잡은 이들은 최후가 비참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합려는 과욕을 부리며 전쟁을 벌이다 비참한 최후를 마쳤고, 평왕은 죽은 뒤에 오자서에 의해 무덤이 파헤쳐지고 시신이 훼손당하는 치욕을 맛보게 됩니다. 무엇보다 그들의 후안무치(厚顔無恥)하고 파렴치(破廉恥)한 행적은 역사에 새겨져 오늘날까지 그 악명을 남기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정치와 권력의 본성이 뻔뻔함과 음흉함의 기술과 매우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그래야 비로소 정치가와 권력자의 기만술을 경계하고 그것들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일을 피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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